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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신의 전설 - 얀센의 숨결" 코로나 백신 얀센 접종 체험기

수년만에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오늘 잔여백신 접종을 하면서, 전체 프로세스를 체험하면서 겪은 크고작은 Trouble들의 극복기이자, 제언을 남기고 싶어서 포스팅 합니다.

(이 블로그는 방치 중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카카오와 네이버를 통해 5군데씩 총 10군데에 잔여백신 알림신청을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 단한번도 알림이 온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네이버를 통해 잔여백신 알림을 받았습니다. 받자 마자 클릭해서 들어갔지만, 이미 마감.

아~ 우리 82의 민족은 빠릅니다. 이번 참에 이미 맞았다는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백신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카카오와 네이버를 오가며, 서울 전역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경, 카카오를 통해 직장에서 약 한시간 거리의 병원에 잔여백신을 발견하고 바로 예약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야호!! 바로 짐을 싸고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차에 타려는 찰라, 전화가 울리고 받아보니 예약했던 그 병원입니다.

전산 오류로 백신이 없는데도 예약이 되었으니 취소하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자세히 물었지만, 전산 오류니 취소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의문1) 대체 무슨 오류길래 잔여백신이 없는데 예약이 되는거죠?

 

저는 힘이 없습니다. 예약해놓고 노쇼하면 다시는 예약할 수 없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어,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병원에선 정상 취소이니, 다른 병원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취소가 되었습니다.

물론 취소되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도 정상적으로 받았습니다.

취소메시지는 그냥  "잔여 백신 당일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라는 문구와 해당 병원, 신청일정 정보 등만 있습니다.

불안합니다. 전 다른 병원을 찾으면 다시 예약이 되는 걸까요?

 

의문2) 노쇼에 대한 경고가 이미 나와있는 상황에서 취소 케이스는 취소사유를 명확히 해주던지, 아니면 "정상취소"되었다고 해주던지 해야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잊고 있다가 오후3시30분경부터 다시 카카오와 네이버를 오가며 검색을 시작합니다.

오전보다는 간간히 뜨기는 하네요. 카카오에서는 거의 안뜨고, 네이버쪽이 뜨는 빈도가 높습니다. 그 이유는 추정이 되는데, 뒤에서 설명해보기로 합니다.

네이버에서는 뜨기는 하지만, 백발백중 "백신 예약이 실패하였습니다. 실패 원인은 질병청(1339)에 문의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만나게 됩니다. 제 추정상 이 메시지는 카카오에는 거의 안뜨는 이유와 같습니다.

해당 병원의 접종 시간이 16시까지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카카오에서는 잔여백신이 있더라도, 16시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지 않으면 아예 안보여주는 것이고, 네이버에서는 접종 시간 내 접종이 불가하므로, "백신 예약 실패"로 내보내는 것이죠.

 

의문3) 병원의 접종 시간, 예약 가능 시간은 누가 어떤 이유로 설정하였는가? 실제 접종은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병원이 14시, 16시로 제한되어 등록된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예약은 실패합니다.

 

4시경, 네이버에서 직장 근처의 병원 한군데가 또 검색되었습니다. 그 병원의 접종시간도 역시 16시로 되어있습니다. 당연히 예약 실패될 것이므로, 전화를 합니다. 5시전까지 올 수 있냐는 말에 당연히 갈 수 있다고 했고, 이름과 연락처 등의 정보를 남긴 후 바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출발하고 보니 근처이긴 한데 무려 6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택시잡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가기로 합니다. 오늘 정말 더웠습니다. 4시30분 경 땀에 쩔어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1등이네요. 접수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합니다. 뒤를 이어 여러 사람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그런데, 저는 접수가 안된다고 합니다. 이유는 "카카오 예약자"라고 떠서, 병원에서 다음 화면으로 진행이 불가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 문제로 간호사쎔이 동분서주 하는 동안 저보다 늦게 오신 다른 분들은 하나둘 접종을 마치고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오전의 그 건이 문제가 되었구나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 병원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고 접수가 되지 않은 환자에게 접종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저는 오전의 그 병원에 전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50통을 해도 받지 않습니다. 통화중인 것이 아니라 받지 않습니다. 얼마나 연락이 많이 오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걸까요? 맘속으로 욕지기가 올라오지만, 그 병원의 고생도 이해가 가기에, 참습니다. 더 이상의 시도는 의미가 없어, 질병청1339로 연락을 시도합니다. 상담사와 연결되기까지 평균 대기 시간은 5~10분입니다. 물론 한번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럼 또 연락해봅니다.

그렇게 3번 정도 상담사와 통화를 하고, 결국 친절한 상담사님이 전산 문제인 것 같다며, 여기저기 문의를 해서 왠 전화번호를 하나 줍니다. 전산 처리 관련 담당 부서 번호라고 하시네요.

병원 간호사쎔과 제가 각자 번호를 하나씩 들고 전화를 시도합니다. 물론 연결되지 않습니다. 병원 문닫을 시간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저는 이대로 물러서기 어렵습니다. 6km를 뛰다시피 왔고, 여기서 물러서면 이 문제로 앞으로 영영 예약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호사쎔께는 일보시라 하고, 저 혼자 계속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드디어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서에서 간호사쎔께 조치 방법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조치방법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 방법은 간호사쎔도 이미 해본 방법과 같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다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또 10차례가 넘는 시도 끝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엉뚱한 말씀을 하십니다.

"얀센도 60세 우선으로 정책이 바뀌었고, 그래서 연령 때문에 안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저보다 늦게 오신 저와 비슷한 또래 분들이 모두 접종 다하고 돌아갔는데, 왜 저만 그 정책이 적용되는지 물었더니, 다른 분들은 접수가 되더냐며 오히려 놀라시네요.. 하아... 그래도 침착하게, 오전의 카카오 예약 취소 건 때문에 이렇게 계속 연락드리는 것이니 그 부분을 좀 살펴달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렸습니다.

한참 후, 그 부분의 정보가 일부 남아있어 삭제했으니 될거라고 말씀을 하셨고, 간호사쎔이 다시 시도해보니,,,,

드디어,,, 드디어,,, ㅠ.ㅠ 접수가 됩니다.

 

의문4) 질병청 서버와 카카오, 네이버 서버간 예약 정보의 처리 상황 동기화 문제가 의심됩니다.

 

그렇게 저는 이 병원 오늘의 마지막 얀센 백신을 맞았고, 15분간 대기 후, 병원 문을 닫고 퇴근하시는 의사쎔, 간호사쎔들과 함께 병원을 나섰습니다.

 

정말 올해 가장 빡시게 했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이상으로 험난했던 고난과 역경의 여정이었던 것 같네요.

오늘의 이 길고 험난했던 여정에 제목을 붙여봅니다.

 

"백신의 전설 - 얀센의 숨결"

그렇게 저는 2021년 6월10일부로 얀센인이 되었습니다.

 

질병청 및 위탁접종의료원의 여러 관계자분들 고생하고 계시는 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보완하면 우리 모두가 좀 더 편리하게 접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몇가지 제언을 남겨봅니다.

 

[제언]

1. 백신 재고 수의 정확한 등록 및 재고 수만큼의 예약 접수 시 자동 마감 등을 통한 예약 건수 오류 예방 조치가 필요합니다.

2. 예약 취소의 경우, 불안감 해소를 위하여 "정상 취소"라거나, "취소 사유"를 명확히 해주는 등 취소 안내 메시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3. 접종 가능 시간, 예약 가능 시간 정보의 활용 및 처리에 개선이 필요합니다. 병원은 예약도 받을 수 있고, 접종도 하고 있는데, 이 시간 정보로 인해 잔여백신이 노출되지 않거나, 예약이 실패함으로써, 결국 병원으로 전화를 하게 되고, 병원은 수백통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앱을 통해서 하라던 질병청의 발표는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방역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4. 예약과 취소에 관한 데이터가 질병청 서버, 카카오 서버, 네이버 서버 간에 동기화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게 보장되지 않으면, 백신 예약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정상적으로 카카오를 통해 취소 안내 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질병청 서버에는 예약 정보가 남아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저같은 케이스는 극소수일 것이고, 또 해결되었기에 망정이지 오늘 해결되지 않았다면, 저는 앞으로도 백신 접수를 할 수가 없게 되었겠죠. 이 부분은 꼭 점검하셔서 문제가 없도록 해주셔야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불철주야 방역에 힘쓰고 계신 여러 관계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화이팅!!